1. 선택받은 일곱 집사 중 한 사람
스데반은 사도행전 6장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예루살렘 교회는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조직적인 사역이 필요해졌고, 특히 헬라파 과부들이 구제에서 소외되는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따라 사도들은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기 위해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세워 구제와 행정적 역할을 맡겼는데, 스데반은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인물로,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행 6:5)으로 소개된다. 이는 그가 단순히 실무적 역할을 넘어서, 영적 지도력까지 갖춘 인물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그는 단순한 봉사자에 머무르지 않고 복음을 담대히 전했으며, 하나님의 큰 능력과 표적을 통해 초대교회 내외부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집사로서의 사역에 충실하면서도, 선지자적 담대함과 사도적 능력으로 공동체 안팎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2. 담대한 설교와 진리의 선포
스데반의 설교는 사도행전 7장에 장문의 형태로 기록되어 있으며,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긴 설교 중 하나이다. 그는 유대 백성의 역사 전체를 회고하며 아브라함에서부터 모세, 솔로몬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의 섭리와 백성의 반역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이 설교는 단순한 역사 서술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이 끊임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거부하고 선지자들을 핍박해 온 역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거절한 그들의 행위를 신랄하게 고발한 것이다. 스데반은 “목이 곧고 마음과 귀에 할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며 그들의 영적 완고함을 질책했고, 이로 인해 유대 지도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하늘이 열리는 환상을 보며 “인자가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보노라”고 선포한다. 이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드러내는 강력한 고백이자, 복음 진리를 생명과 바꾸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증인의 자세를 보여준다.
3. 순교로 이어진 믿음의 증언
스데반의 선포는 결국 돌에 맞아 죽는 비극으로 이어졌지만, 그의 죽음은 초대교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가 죽음을 맞기 전 “주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라고 기도하고, 자신을 돌로 치는 자들을 향해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라고 중보한 장면은, 예수님의 십자가 위 기도와 깊은 평행을 이룬다. 이 장면은 스데반이 단순한 열정가가 아니라, 진정한 제자의 삶을 살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사도행전 8장에 따르면 그의 순교 직후 큰 박해가 일어나면서, 흩어진 제자들이 유대와 사마리아를 넘어 이방 지역으로 복음을 전하게 되었다. 이는 복음 전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계기로 평가된다. 특히 스데반의 죽음 현장에는 훗날 이방인의 사도로 쓰임 받을 사울(바울)이 있었으며, 그의 회심에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4. 오늘날 그리스도인에게 주는 교훈
스데반은 복음 진리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증인의 전형으로, 오늘날 신앙인에게도 강한 도전을 준다. 그의 생애는 단지 감정적 열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깊이 뿌리내린 확신과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살아간 삶이었다. 그는 권위 앞에서도 위축되지 않았고, 진리 앞에서는 타협하지 않았으며, 고통과 죽음 앞에서도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을 증거하였다. 이는 현대 교회가 직면한 진리 왜곡, 신앙의 타협, 세속화 등 여러 문제 속에서도 본받아야 할 신앙의 자세를 잘 보여준다. 또한 그의 죽음은 교회가 핍박을 당할수록 오히려 더 강해지고 복음은 확장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스데반의 이야기는 단순한 순교사가 아니라, 복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신앙적 나침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