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양한 기록자들, 한 분 하나님의 메시지
성경은 한 사람의 손에서 쓰인 책이 아니라, 시대와 배경이 다른 다양한 인물들에 의해 기록되었다. 모세는 율법과 출애굽의 역사를 기록했으며, 다윗과 솔로몬은 시와 잠언을 남겼고, 이사야와 예레미야 같은 예언자들은 하나님의 경고와 위로를 담았다. 신약에 이르면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등이 예수의 생애와 가르침을 복음서로 정리하고, 바울과 베드로는 초기 교회를 향한 서신을 통해 신학적 교훈을 남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직업과 배경, 지역에 속한 인물들이 쓴 글들이지만, 그 안에는 일관된 메시지, 즉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흐르고 있다. 이는 성경의 다양성 속에서 나타나는 통일성이며, 사람의 손을 통해 쓰였지만 하나님의 영감이 그 중심에 있었다는 신앙적 확신에서 비롯된다.
2. 말씀이 기록으로 정리되기까지
성경의 내용은 처음부터 글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구전의 형태로 먼저 전해졌다. 고대 사회에서는 이야기, 시, 율법 등을 세대에서 세대로 암송하고 전달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 이스라엘 민족도 초기에는 하나님의 행하신 일들과 말씀을 주로 구술로 기억하고 전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사회가 정착되고 문서 문화가 발달하면서 중요한 말씀들이 문서로 정리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바벨론 포로기 전후로 기록의 필요성이 커졌고, 이를 통해 율법서와 역사서들이 편찬되었다. 신약 시대에는 예수의 가르침과 사도들의 증언을 정확히 보존하려는 열망이 글로 남기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성경은 구전과 기록이라는 두 전통이 함께 어우러져 형성된, 공동체의 신앙 고백과 역사적 기억이 담긴 문서다.
3. 성경의 형성과 정경화 과정
현재 우리가 읽는 성경은 여러 문서들 가운데 일부가 선택되어 하나의 ‘정경(正經, canon)’으로 확정된 것이다. 구약 성경은 유대 공동체 내에서 점진적으로 형성되었으며, 대체로 기원전 2세기 무렵 지금의 구약의 틀이 굳어졌다. 신약 성경은 예수 이후 1세기말부터 4세기 초까지 여러 문서들이 작성되고, 교회 내에서 읽히며 점차 정경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는 문서의 사도성, 교리의 일관성, 공동체의 사용 여부 등이 기준이 되었으며, 콘스탄티누스 시대 이후 공의회를 통해 정경 목록이 정리되었다. 즉, 성경은 무작위로 수집된 글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수 세기에 걸쳐 신중히 선택한 책들의 집합인 것이다. 이 과정은 성경의 권위를 인위적으로 부여한 것이 아니라, 본래 그 말씀 안에 있던 능력과 생명이 교회를 통해 확인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4. 하나님의 말씀을 오늘에 전하는 손길
성경이 처음 기록된 이후, 수많은 필사자들과 번역자들이 이 말씀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초기에는 사본 필사가 전부였기 때문에, 극도의 정밀함과 신중함이 요구되었으며, 이를 위해 전문적인 서기관들이 활동하였다. 히브리어 구약과 헬라어 신약은 시대별로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고,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접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15세기 인쇄술의 발달과 종교개혁 이후에는 루터, 틴들 등 개혁자들이 자국어 성경 번역에 힘쓰면서 성경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 수천 개 언어로 번역된 성경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으며, 디지털 시대에는 앱과 온라인 성경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성경이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진리를 전하며도 계속 살아 있는 말씀으로 읽히는 이유는, 바로 그 말씀을 지키고 전달해 온 수많은 손길이 있었기 때문이다.